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책리뷰)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by BiBi_ 2020. 10. 22.
728x90
반응형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책, '공부란 무엇인가' 의 저자이자 그가 출간한 국내 첫번째 책이다.

인스타로 당인리책발전소를 팔로우 중인데, 매주 베스트셀러를 꼽아서 올려준다. 그 중 눈에 들어온 책 제목 하나.

바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어떤 심오한 책일까 해서 찾아봤는데, '추석은 무엇인가?' 라는 글이 회자되면서 예전 9시 뉴스까지 나왔다고 하니

그 글이 더 궁금해지고 읽고 싶게 되었다.

그래서 찾아간 서점. 

표지가 리커버리 한정판으로 나와서 득템ㅎ

 


p37. 시야의 확대가 따르지 않는 성장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다. 확대된 시야 없이는 상처를 심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할 수 없다. 동시에 아무리 심미적 거리를 유지해도 상처가 없으면, 향유할 대상 자체가 없다.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 태어난 이상, 성장할 수 밖에 없고, 성장 과정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상처도 언젠가는 피 흘리기를 그치고 심미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성장이, 예술이 우리에게 구원의 약속이다.

 

p90. 누가 그랬던가, 휴식의 궁극은 죽음이라고. 쉬고자 하는 욕망의 끝에는 죽고자 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고. 만화책으로부터 우리가 휴식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칫 죽음을 통해서라도 휴식을 취하려 들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만화책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p152. 우리는 다시 자기애에 빠질 수 있을까. 직선제의 단점은 공화국의 상태에 대해 너무 직선적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정말 이곳은 밀가루, 물, 소금, 그리고 열정으로만 이루어진 나라가 아닐까. 이곳에서 치즈는 가장 외로운 식재료다. 수십 년의 현대사가 반죽한 뜨겁고 짠 밀가루 반죽. 불행한 자신에 대해 마침내 자의식을 갖게 된 밀가루 반죽. 치즈가 빠진 거대한 고르곤, 졸라.

 


 

이 책은 '일상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영화에서', '대화에서' 이렇게 총 5부로 나뉜다.

가장 공감가고 재밌게 읽은 부분은 '일상에서'의 부분. 

그리고 약간 불편하게 읽은 부분은 '영화에서'의 부분.

그의 지적유희를 즐기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약간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비평이나 음악비평은 보거나 듣는 사람마다 

느낀점이 다르기에 그 영화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꼭 유심히 봐야하는 장면이나 장르를 소개해줌으로써

비평을 듣는 독자들에게 폭넓은 시선을 제공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비평은 그저 개인적인 사유의 결과물이고

글을 보면서 왜 영화감독들, 작가들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썼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마디로! T.M.I

 

그래도 1부 일상에서는 알차고 좋았다.

또한, 3부 사회에서도 정치사상사의 전공교수 답게 그의 대선 TV 토론회를 보는 시각은 날카로웠다고 생각이 든다.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며 김영민 교수가 분양소에 갔다가 적혀있는 글을 옮겨왔다는 내용이 있다.

딸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마음, 부자엄마가 아니여서 미안하다는 사과, 그리고 "엄마가 지옥갈게, 딸은 천국에 가" 라는 인사.

이 글을 보면서 한 번더 그때를 떠올리며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이런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기원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을 마지막으로..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 걸고 죽음에 대해 상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728x90
반응형

댓글